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수긍하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20일 밝혔다.
부산 소재 시내버스 업체 대표이사인 A씨는 버스 운전기사 B씨가 2019년 7월 5일 오후 3시30분경 신청한 ‘7월 8일 오후 연차휴가’를 거부했다. A씨는 B씨가 단체협약상 휴가 신청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해당 업체 노사는 단체협약을 통해 연차휴가를 3일 전에 미리 신청하도록 정해뒀다. 시내버스는 미리 짜놓은 배차표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운행돼야 하는데, 기사가 갑자기 쉬게 되면 대신 운전할 사람을 구하거나 운행 스케줄을 바꿔야 하고, 이는 다른 기사들의 근무와 시민들의 교통편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검사는 A씨가 근로자 B씨의 연차휴가권을 부당하게 제한했다며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위반으로 기소했다. 이 조항은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원하는 날에 연차휴가를 줘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회사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만 회사가 시기변경권(휴가 날짜를 바꿀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은 이를 기각하며 1심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시내버스의 공익성과 준공영제 운행, 배차표 사전 작성 등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체협약의 3일 전 신청 규정이 근로자의 연차휴가권을 부당하게 침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시기변경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해서 근로자의 연차휴가 권리를 침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특히 대법원은 사용자의 시기변경권 행사에 대한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과 성격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 시기의 예상 근무인원과 업무량 △근로자의 휴가 청구 시점 △대체근로자 확보의 필요성 및 그 확보에 필요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